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소문난 독서가, 해남교육지원청 정인상 교육과장을 만났다.

“저는 고향이 섬입니다. 작은 섬마을에 태어나 도시 아이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진 못했지만 부모님이 사주신 책을 밥을 안 먹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책은 제 인생의 큰 기쁨이었습니다.”

미래의 자신을 살찌우게 하는 것이 독서라고 말하는 그는 학교 현장에서도 이를 실천했다. 학생들에게 방학과제로 다른 것 하나 없이 독후감 30편을 내주곤 한 것.

“저는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상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가까이한 학생은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독서의 힘을 굳게 믿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그는 지금도 신문의 신간서적 소개란을 오려 보관하고, 이를 참고해 책을 구입한다. 또한 독서를 하며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노트에 빼곡하게 기록하여 이를 곱씹으면서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렇게 쓴 독서노트가 이미 70권이 넘는다.

요즘 업무가 바빠 60여권의 책 밖에 읽지 못했다고 하는 정인상 교육과장. 그에겐 많지 않은 양이지만, 7개월간 60권이면 한 주에 2권씩은 읽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손과 눈에서 책을 떼지 못하는 그에게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었다.

<제공= 해남공공도서관>






순수한 영혼의 만남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전라남도해남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정 인 상

우리의 영혼에 색이 있다면 무슨 색일까?
어린왕자가 여행하면서 방문하는 별들에 살고있는 권위적이고 위선적이며 허무주의에 빠진 어른들! 때론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과 행동이 결여된 어른들! 어린왕자는 만화경 같은 풍경들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어린왕자의 때 묻지 않은 상상력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가장 중요한 진실은 사막의 우물처럼 어디엔가 숨어 있다는 것으로, 그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마음’이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일도 ‘마음’을 얻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은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진정으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마음’을 얻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치있게 여겨야 할 것들은 사물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라고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요즘은 어른과 어린이 세계가 단절되어 대화가 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서로 중시하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 평수는 어떻게 되느냐?”라든가 “아버지의 수입은 얼마나 되지?”와 같이 어른들이 숫자를 중시하고 좋아한다면, 아이들은 “빨간 넝쿨 장미가 예쁘게 덮고 있는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거나 “저는 시스타 보라를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어른이 현실적 셈법에 충실한 쪽이라면 아이는 ‘순수함’과 보는 것 그대로에 충실하다.
어른들도 어린이였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세상의 풍파에 부대끼면서 아이 때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점점 잃어간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순수’하기를 바란다. 이때 어른이 아이에게 요구하는 ‘순수’는 어릴 적의 그 ‘순수함’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의 ‘순수’를 ‘치기’나 ‘유치함’으로 규정지어 버리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무엇이 되자거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는 소설은 아니다. 단지 지극한 순백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물을 주고 사랑을 쏟았을 때, 장미는 비로소 어린왕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름’이 된다. 길들여졌다는 것은 그만큼 그 대상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사물을 대할 때 ‘순수한 영혼’으로 다가가도록 끊임없이 강조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유산이다.
“어린왕자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읽히며 칭송받는 책은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게다가 고전은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이 작품은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어린왕자」. 학창시절 이미 읽어본 성인들은 한 뼘자란 시선에서 두 번째 해석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에겐 새로운 깨달음을 줄 생텍쥐베리의 흥겨운 이야기와 함께 우리 모두 다가오는 가을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