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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 두 배로 차고 넘치는 봉사의 기적
2014. 10.30(목) 16:43
화순고 김인자 행정실장
‘사모해’사랑나눔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지난 18일 전남교육청 여성 사무관 모임 ‘사모해’ 회원 10명은 화순군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소향원’으로 사랑 나눔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정성껏 준비한 간식과 생필품을 전달하고, 우리는 요양원 안팎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볼품없지만, 어르신들의 친근한 동반자였을 응접의자와 시간의 더께가 고스란히 앉은 집기들을 밀쳐놓고 닦고 쓸고 구석구석 유리창 틈 묵은 먼지까지 털어냈다. 어르신들은 친자식을 만난 듯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들을 반겼다.

한 시간 가량 대청소를 마치고 정리할 때였다.

“아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새끼들이 해서 어떡허냐”며 불편한 몸을 일으켜 뭔가를 돕고 싶어 안절부절 하시더니, 이내 바로 서 있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굽은 등으로 직접 의자를 정리하시는 왜소한 어르신이 계셨다.

“아버님! 참 잘 하시네요. 아버님이 도와주시니 우리 일이 훨씬 수월해졌어요. 우리보다 힘도 장사시고 정말 일을 잘 하시네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그 어르신은 나의 칭찬에 주름진 얼굴에 발그레 홍조까지 보이시며 기분이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하신다. …

엊그제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에 갔을 때였다. “우리 딸 좋은 데로 중신 좀 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보호사는 “오메, 딸이 아버지 덕에 시집 한 번 더 가것소”하며 “어르신 어떤 사윗감을 원하시오?” 되물으니, “착하고 봉사 많이 하는 사람이면 되네” 하시는 게 아닌가.

그 오랜 세월 자식들 생각으로 밤잠 못 이루며 살아오셨을 내 아버지. 힘겨운 기억의 한 모퉁이는 이미 오래전에 기능을 다 했는지, 당신의 딸이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계시는지, 만나는 이마다 딸 중신을 서라고 하신다.

아버지 앞에서는 영원한 어린애가 되어야 하는가보다.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분간하기 힘든 이런저런 이야기에 때론 웃으며, 때론 손뼉을 치면서 말동무를 해드려야 한다. 그리고 거동조차 어려운 몸을 일으켜 드리며 팔다리를 주무르다 매번 울컥 올라오는 뜨거운 무엇을 다시 삼켜야 한다.

아버지는 딸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유언처럼 암시하고 계신 것이다. 아니,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로 보여주셨는데 미련한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이제야 어렴풋이 헤아리고 있으니 이 얼마나 큰 불효인지.…

무언가를 도울 수 있다는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신 그 할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문득 병색이 완연한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세월을 거슬러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이토록 가슴이 저려오는지 몰랐다. 늙음이 아름다운 것이라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할까? 자식 된 도리를 다 하지 못했다는 회환이 순간 울컥 서글픈 감정이 되어 가슴 저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그 흔한 말이 이토록 가슴 깊이 와 닿을 줄이야. 나눌 수 있다는 것, 내가 가진 게 많아서 베푸는 게 아니라, 가진 것만으로도 넉넉히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누고 나니 오히려 더 풍성히 넘치도록 채워지는 경험은 앞으로도 내 삶 속에서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르신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도 보람 있고 뿌듯했다.

모임에서 함께 가는 일정이었고, 봉사는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오히려 하루를 벌어온 느낌이었다. 시간을 버리고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봉사한 만큼 벌어오는 것임을 말이다.

짧은 봉사의 시간이 끝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던 우리에게 소향원의 작은 정원에서 은목서 한그루가 알싸한 가을바람에 꽃향기를 실어 보내며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화순고 행정실장 김인자

2026.10.20(화)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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