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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잎갈나무 땡볕아래
2013. 09.04(수) 11:52
정영희여천초등학교 교장
히말라야시다(앞으로는 개잎갈나무라고 쓰자.)가 땡볕아래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함께 노래해야 할 새가 보이지 않는다. 숲속 나뭇가지에서 새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분명 까닭이 있을 법하다.
새가 나무를 멀리한다는 것은 문제가 생겼다는 반증이다. 그러고 보니 한그루는 이미 고사(枯死)했고, 병해충 때문인지 세 그루도 순식간에 말라붙어버렸다. 이유를 묻기 전에 시들어버렸으니 원인부터 규명해야했다.히말라야시다는 우리 용어로 바꿔 쓰면 개잎갈나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개잎갈나무는 원산지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아프카니스탄이다.
외래종 나무지만 비교적 성장이 빠르고 상록수이면서 침엽수라 도심 가로수나 학교에 많이 식재되어 있다. 우리 학교 울타리에도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어 보이는 아름드리 개잎갈나무 십여 그루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나무병원 의사가 청진기를 들이댔다. 고사 원인은 보도블록 포장에 의한 질식사였다. 숨구멍을 차단해버렸으니 하얗게 질려 말라 죽어버린 것이다.
나무도 사람과 같아 원활한 호흡이 필요한데, 숨 쉴 구멍을 보도블록으로 덮어버렸으니 당연히 죽는 게 옳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금이라도 나무를 위해 주변의 보도블록을 걷어내야 했다. 지극히 간단하고 상식적인 일임에도 사람의 무지(無知)가 불러들인 화(禍)였다.
몇 년 전, 학교 운동장가로 드나들던 스쿨버스로부터 아이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새 도로를 만들었고 인도(人道)에 보도블록을 깔았다. 보도블록이 고사의 주범이라는 그런 사실도 모른 체 죽어가는 나무만 보며 병해충타령만 하고 있었으니 무지도 이런 무지가 없다.
처방은 의외로 간단했다. 뿌리를 덮고 있는 보도블록과 흙을 걷어내고 자갈과 모래를 깔아놓으면 배수도 숨쉬기도 편해져 뿌리가 썩지 않을 거라는 해법이었다.
포클레인과 착한 인부를 들여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은 간단해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조경업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보도블록을 뜯어내자 예상치 못한 시멘트 바닥이 드러났으니 전동공구로 뜯어내야했다.
바닥에 침하를 방지하는 와이어매시를 깔았고 시멘트로 포장한 뒤, 습기 방지용 비닐까지 삼중으로 덮었으니 나무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것이다. 여태까지 개잎갈나무가 버틴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토건업자 무책임에다 우리 무지의 극치였다. 으레 공사가 그렇듯이 학교주변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파고 덮었으니 난(亂)개발과 다를 바 없다.
조경업자 자문만 얻었으면 아름드리 개잎갈나무가 허망하게 말라죽진 않았을 것이다. 포클레인으로 떠다가 구덕에 던져버리면 되었다. 살면 살고,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막가파식 투척이었다.
자연생태환경은 아이들의 몸과 심성을 정화시키는 훌륭한 부존자원이다.
원컨대, 나무 이식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길게는 몇 십 년이 넘도록 자란 나무를 공사를 핑계로 함부로 옮기거나 베는 일은 고려해야한다. 푸른 숲은 삭막한 시멘트 문화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개잎갈나무 아래 책 읽으며 한가롭게 도란거리는 학교풍경을 보고 싶다.


2026.10.20(화)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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