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학교 다니는 것이 소원이었는디, 손주들과 같이 학교를 가니까 좋네.”
“요새 애들은 똑똑한디, 우리가 따라 갈랑가 모르겄어.”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학생이라고 불러줘~”

전남 농촌의 한 초등학교에 마을 할머니 7명이 입학하고, 1명이 편입학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진교육지원청(교육장 윤채현)에 따르면, 4일(월) 대구초등학교(교장 이주영)에서 열린 2019학년도 입학식에 강진군 관내 할머니 7명이 신입생으로 입학하고, 1명은 3학년으로 편입학했다.

대구초교는 2019년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전 교직원이 발 벗고 나서 방법을 찾았다. 그러던 중 강진군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한글학교를 방문해 학교 사정을 전하자 그곳에 다니던 할머니 3명이 입학하기로 했다. 또 다른 할머니 5명도 가족들의 권유로 용기를 내 학교에 오게 됐다. 이로써 대구초교의 학생은 14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대구초교는 고령의 학생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맞춤형 책상과 의자, 소파, 온열매트를 준비했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통학버스와 통학 택시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교육과정도 학생들의 수준과 상황을 고려해 학생이 주인공이 되고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수업 내용으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취임한 윤채현 강진교육장은 ‘작지만 강한 학교’ 대구초등학교 방문으로 첫 행보를 시작했다. 윤 교육장은 이날 특별한 입학식이 열린 대구초교를 찾아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만났다. 특히, 8명의 편입학생 할머니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감동을 함께 나눴다.

윤채현 교육장은 “강진교육장으로 부임 받아 가장 먼저 달려온 대구초에서 ‘작은학교가 지역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면서 “오늘을 기점으로 누구의 어머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빛나게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할머니 학생들을 격려했다.

대구초 이주영 교장은 “길게는 80년, 짧게는 56년 간 자신의 이름과 꿈도 가슴에 묻고 살아오신 여덟 분이 이제 자신을 위해 큰 용기를 내셨다. 이 분들께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세대를 넘어 소통하고 공간의 경계를 넘어 협력하며 성장하는 멋진 교육공동체가 되자.”고 말했다.

입학생 대표인 황복님 할머니는 “소풍 가는 아이처럼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린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 선배님들과 선생님들께 열심히 배우겠다.”라고 답사를 했다.

한편, 강진교육지원청은 작지만 더 큰 행복과 꿈이 있는 작은학교를 위해 청어람 협동학교군 운영, 지자체․마을․학부모 연계 협력 구축 및 활동, 마을학교 연계 공동교육과정 운영, 제한적 공동학구제 운영, 농어촌 에듀버스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