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인가? 세뇌(洗腦)인가?
2015. 03.06(금) 16:42
공부인가? 세뇌(洗腦)인가?

“무지개는 몇 가지 색일까요?”
“일곱 가지 색입니다.”
“확실히 일곱 가지 색깔이나요? 확인해 보셨나요?”
“그렇게 배웠습니다.”
1학년 새내기 학부모 교육에서 나눈 현장 대화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지개의 색깔이 일곱 가지 일까요?

무지개의 색깔을 크세노폰은 세 가지 색, 아리스토텔레스는 네 가지 색, 세네카는 다섯 가지로 적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양 사람들의 통념 속에서는 무지개는 여섯 가지 색으로 자리 잡혀 있습니다.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으로 말한 사람은 뉴턴이랍니다.

결국 무지개의 색을 일곱 가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의식의 눈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 색채 자체가 그렇게 분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빛은 파장에서 생기므로 무지개 빛깔 수는 무한이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지개의 색깔을 일곱 가지로 알고 있는 것은 세뇌(洗腦)된 것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외우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아무런 호기심이나 자기 안의 물음표도 없이 말입니다.

이어령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안에 물음표가 없어서 아무것도 묻지 못하는 사람은 건전지를 넣고 단추를 누르면 그냥 북을 쳐대는 곰 인형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무지개의 색깔이 일곱 가지라는 것을 외우는 것은 실상은 의미 없는 지식이며 이는 건전지의 힘으로 북을 쳐대는 곰 인형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오직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일등이라는 고지를 향해 의미 없는 지식을 달달 외우고 시험 보는 연습을 공부라고 생각하는 틀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기 주도적 학습(SDL:Self-Directed Learning)을 외쳐 왔습니다.

공부란 무엇일까요?
넓은 의미로는 인생을 살아가며 익히는 모든 것을 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 의미의 공부는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기존의 지식을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갈등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알게 된 지식만이 창조적 지식이며 의미 있는 지식이며 참 공부입니다.
세계적인 천재라 불리는 에디슨은 그가 천재라고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일만 골라서 날마다 사고만 치던 사고뭉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사물과 현상의 이면을 알고 싶어 하는 절실한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어째서 별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무지개는 왜 일곱 가지 색깔일까?’
에디슨은 표면적으로는 문제아였지만 지적 호기심과 창의성이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호기심과 도전이 에디슨을 에디슨 되게 만들었습니다.
에디슨의 경우에서 보듯이 교육의 목적은 일등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 잠재력, 가능성을 개발하여 저마다의 빛깔을 드러내게 하고 나아가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데 있습니다. 보석은 땅에 묻혀 있을 때에는 보석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밖으로 제 모습을 드러낼 때 비로소 보석이 됩니다.

아직도 우리 교육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생각이나 능력을 밖으로 캐내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지식들을 머리와 가슴 속에 주입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2006년 한국을 방문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은 뼈아픈 경고를 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 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지식 중에는 이미 더 이상 진리가 아닌 것이 많으며, 과학적 발견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진리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기존의 학교 교육은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습니다.
미래사회는 지식의 증가 속도가 너무도 빨라 2020년에 가서는 73일을 주기로 지식정보가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어제의 지식이 내일의 지식이 될 수 없는 지식 폭발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런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의미 없는 지식을 습득시키기 위해 선행학습을 하고 학원 투자를 하는 것은 세뇌일 수 있습니다.

세뇌(洗腦)보다는 공부를 시켜야 합니다.
사람의 보는 눈에 따라 무지개의 색깔이 달라지듯이 학생은 공부하는 방식대로 그 빛깔이 달라질 것입니다.
종은 침묵하지만 그 안에 수많은 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문제아인줄 알았던 에디슨이 천재였던 것처럼.

2015. 03. 06.
해남동초등학교
김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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