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아우인형” 엄마 되다!
2014. 11.04(화) 17:31
광양 태인초등학교
“선생님! 태인초등학교 입니다. 내일 전입교사 오리엔테이션이 있으니 오전 10시까지 학교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뿔싸!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나는 교장선생님께 부임인사를 드리려 가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2월 말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태인초등학교는 18년 전, 내가 우리 둘째 딸을 가졌을 때 근무했던 학교다. 그때 나의 기억으로는 희뿌연 회색빛 하늘, 메케한 연탄가스 냄새와 함께 무더운 여름에도 오후가 되면 창문을 닫아야만 했던, 그리고 순천에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카풀로 1시간여를 출퇴근해야 했던 힘들었던 기억만 생각나는 학교였다. 그래서 인사드리러 가야지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 있던 나쁜 기억 때문에 올해 서울로 대학진학한 아들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던 것이다.

길치인 나는 18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구 도로로 1시간 만에 태인초등학교에 도착하였다. 회색빛 하늘과 메케한 공기는 여전히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반기고 있었다.

죄송한 마음에 어색한 미소를 짓고 문을 열었을 때, 여성스럽게 단장된 커다란 교장실에 먼저 도착한 선생님들이 앉아 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내내, 교장선생님 옆에 앙증맞게 앉아 있는 인형 하나가 계속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학부형이 선물했나? 자녀 줄려고 사셨나?...” 나름대로 별별 생각을 다하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기가 무섭게 인형에 대해 교장선생님께 물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나만이 아니고 모든 선생님들도 그 인형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다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교장선생님의 답변을 기다렸다.

“아! 이 인형요,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들께 설명 하려고 했는데... 이 인형 이름 ‘아우’입니다. ‘사랑스런 동생이’란 뜻이죠! 이 아우인형 하나는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예방접종 및 말라리아 모기장을 선물하여 새 생명을 살린다고 합니다. 아우인형 하나는 1명의 아프리카 어린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우인형 하나의 값은 3만원이고, 아우인형 하나를 사는 것은 새 생명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입양한다고 말합니다. 입양을 해서 인형을 돌보면서 항상 불쌍한 이들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올해 우리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우리학교 특색 사업으로 아우인형 입양을 정책적으로 전개하고 싶습니다. 우리학교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 형편상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성격이 모난 아이들이 많죠! 그래서 저는 이 아우를 통해서 우리아이들에게 사랑의 불씨를 지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발표된 업무 분장에 아우 인형 담당 ‘보건’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렇게 아우와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나는 “아우엄마”(교장선생님이 부쳐준 애칭)가 되었다.

3월부터 교장선생님께서는 학부모님과 선생님들께 아우인형 입양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들어 가셨지만, 사실 그 때 까지만 해도 나는 반신반의하며 아우인형 입양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3월은 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교직원을 포함하여 18명이 입양되었다. 현관 입구에는 전교생의 아우인형 입양 모금을 위한 사랑의 빨간 저금통도 마련되었다. 그리고 입양된 아우들은 저금통 옆에 마련된 그들의 보금자리에 하나씩 자리를 잡으며, 각자의 개성으로 우리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4월, 5월, 6월, 7월 이렇게 아우인형 입양은 끊어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갔다. 아이들에게 3만원은 큰 돈 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한푼 두푼 용돈을 모아서 3만원이 되면 아우인형을 입양한다고 보건실로 달려온다.

특히 매월 말에 개봉되는 사랑의 저금통에는 전교생의 사랑이 모아진 모금액으로 아우인형을 입양하게 된다. 전교생 68명, 그리고 가정형편도 넉넉지 않은 우리아이들이 매월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아우인형을 입양하는 것은 처음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마침내 9월에는, 아우인형 입양에 학부모님들까지 동참하게 되었다. 학부모님들께서 아우인형을 직접 만들어 학교에 기부를 한 것이다.

한 바늘 한 바늘 정성을 다해 아우인형을 만드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에서 사뭇 진지함까지 느껴졌다. 그리하여 19명의 사랑스런 아우인형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아우인형을 기부하시던 어머님의 말씀 속에 아우인형에 대한 어머님들의 사랑을 진심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선생님, 그럼 오늘 19명의 새 생명이 탄생 되었네요!”

특히 4학년 김00이 어머님의 아우인형 사랑은 내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이혼으로 인해 자식과 헤어져 살던 엄마는 00가 반장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개학 후 처음으로 학교에 와서 아우인형을 만드신 것이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아우인형을 만드시든지 옆에 다른 어머님들의 만드시는 모습을 컨닝하면서 예쁜 액세사리는 제일 먼저 선점해서 한쪽에 가져다 두시고 진지하게 만드시는 모습에서 마치 김00의 예쁜 옷을 만드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아우인형 이름표에는 내 예상대로 ‘김00’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 4학년 ‘김00’는 엄마가 만드신 아우인형을 나에게 입양하라고 했다며 3만원을 가지고 왔다. 자랑스러워하며 엄마가 만드신 아우인형을 살포시 가슴에 앉고 있는 ‘김00이의 모습’에서 평상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학교 아우인형 만들기에 대한 사랑의 바이러스는 5,6학년까지 전파되어 10월에는 5,6학년이 아우인형을 직접 만들어 유니세프에 기부하게 되었다. 아우를 더욱 더 사랑하고 애착을 갖는 모습에서 용돈을 모아 아우인형을 입양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학교 아우인형 사랑은 마침내 막내둥이 유치원 꼬맹이들에게까지 전파되어 꼬맹이들의 코 묻은 용돈으로도 입양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우인형을 입양한다고 보건실 문을 들어 설 때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천사가 따로 없다.


그리고 매월 말 유니세프 홈페이지 가서 아우인형을 입양할 때면, 선생님 저는 ‘애니요’, 저는 ‘사랑이요’, 저는 ‘콱콱이요’..... 그리곤 보건실 옆 참새방앗간(우리학교 교장실이름으로 아이들이 자주 들른다고 하여 가진 애칭 명)으로 달린다. 교장선생님께 ‘미주알고주알’ 착한 일 한 것을 알려 드리고 칭찬스티커를 받고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아우 사랑에 대한 향기로 가득하다.

교장실 앞 아우인형 입양소를 지날 때면 아이들은 자기가 입양한 아우가 잘 있는지 살펴보다가 넘어지기라도 한 아우가 있으면 보건실로 와서 애타게 호소한다. “선생님! 입양한 내 동생 사랑이가 넘어졌어요. 일으켜 주세요!”

이제 우리학교 아우인형에 대한 사랑의 온도는 100℃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선생님, 아이들, 학부모님들까지 삼위일체가 되어 10월 말 현재까지 아프리카의 질병으로 죽어 가는 70여명의 아이들의 새 생명을 구한 것이다. “개인용돈, 체험학습용돈, 추석용돈, 틔․자․나 쿠폰, 학부모님의 재능 기부 등등” 새 생명을 구한 주역들이다.

사랑의 힘은 강철도 녹인다고 하던가! 1학기 때 코끝을 자극했던 메케한 연탄가스 냄새도 아우사랑의 바이러스에 잠식되어 이젠 거의 나지 않는다.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따뜻한 사랑에 미안해서 학교를 떠난 듯하다.

아우인형은 이렇게 우리아이들에게 사랑의 씨앗을 심어주어 배려와 나눔이라는 또 다른 아우를 낳게 하였다. 이런 것들이 밑 다짐된 우리아이들의 지식은 지혜로 발하여 세상의 등불이 될 것이다. 요즘, 사랑과 나눔이 밑다짐 되지 않고 물질만을 추구한 지식들은 흉기로 변하여 세상을 오염시키는 것들이 얼마나 많던가....

이젠 매월 말일은 나에게 의미 있는 날이다. 우리아이들이 아우인형을 입양하여 새 생명이 탄생되는 뜻 깊은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아이들의 ‘사랑의 큐피트 화살’이 지구의 저편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날아가 새 생명이 탄생되는 소리로 메아리 되어, 우리아이들에게 전해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난 느낀다. 학년 초 분노에 찬 모습으로 나에게 맞장을 뜨던 ‘최00이의 모습’이 요즘은 멀리 있는 나를 보고 달려와서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으로 변화되었음이, 새 생명의 탄생소리가 메아리 되어 최00에게 전달되었음을 말이다.

끝으로 나의 작은 바램이 있다면, 우리아이들의 사랑의 불씨가 우리지역 전체에 전달되어 사랑의 횃불로 발화되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아니, 그렇게 되길 기도해 본다.

선생님! 기분이 꿀꿀할 때 광양의 끝자락에 위치한 우리 학교 한번 들러 주세요. 우리학교 태인 갤러리와 아우인형들이 선생님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선사할 것입니다~

- 태인초등학교 보건교사 탁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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