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생각하는 우리 말과 글
2014. 10.28(화) 08:50
손불서초 정대성 교장
‘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는 열쇠는 그 나라의 국어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시경 선생은 말했다. 과거 역사적 사실들도 언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중국 대륙과 그 주변에 있던 많은 민족들은 한자를 쓰다가 한족에게 흡수돼 사라져 갔다.

또한 유럽에서는 라틴어가 공용어로 널리 쓰였고,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지역 언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쇄술이 발달되면서 지역언어를 중심으로 민족의 개념이 만들어졌다. 언어는 국가를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한글이 우리의 문화, 그리고 역사의 지킴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9일은 568돌을 맞는 한글날이었다. 1446년(세종 25년)에 반포된 한글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46년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은, 1990년 국민 생산력을 증진 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 되었다. 생산성 논리로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움직임과 함께 23년만인 지난 해 다시 공휴일로 지정 됐다. 한글날을 보내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날이 되길 바래본다.

한글날의 사전적 의미는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종대왕을 추모하기 위한 날’이라고 되어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 모든 언어학자들이 가장 빼어난 문자로 한글을 꼽는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 문자만 봐도 한글의 과학성과 첨단성은 바로 증명된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똑똑한 사람은 하루아침이면 훈민정음을 깨칠 수 있으며, 아무리 아둔한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충분히 깨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바람소리, 닭 홰치며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변방의 소리까지도 훈민정음으로 표기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쉽고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다. 이런 훌륭한 말과 글을 갖고 있었기에 찬란한 문화와 함께 세상의 중심이 되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문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언어 사용 현실은 어떠한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이 주고받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많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로 가득하다. ‘언어 폭력’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며,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주고받는 글들은 짧아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저히 알 수 없는 글이 되었다.

교실에서 칠판에 정자체로 판서하시는 선생님과 맞춤법에 맞게 쓰시는 선생님은 또한 얼마나 될까? 선생님의 한글 사용이 바르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바른 언어 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한글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말과 글이 바르지 않다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오해와 불신으로 가득할 것이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의 말과 글은 점차 빛을 잃고, 종국에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경제까지도 점점 그 빛을 잃어갈 것임이 분명하다. 소설 ‘1984’의 디스토피아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아름다운 우리 말로 학교 이름과 교실, 화단에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곳에서 희망을 본다. 교사 판서대회를 개최하고 교사들이 바른 글씨와 말을 사용해 수업하도록 도움을 주는 어느 교육지원청도 희망을 만들었다.

더 큰 희망은 아이들의 또렷한 눈망울에 있다. 국어 교과서를 보며 또박 또박 글자를 써내려 가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우리의 희망이다. 학생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는 우리의 선생님들이 있는 한 한글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이제 희망을 찾는다.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568돌 한글날에 우리의 한글이 더 크고 바른 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를 소망하면서 …

손불서초 교장 정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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