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書 斷想
2014. 05.07(수) 08:47
담양공공도서관 김형구 관장
[담양공공도서관 김형구 관장]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무엇일까? 가끔 알고 싶을 때가 있다. 통계로 조사를 해보진 않아도 아마도 많은 부모들은 공부하란 말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성 싶다. 우연히도 어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역시나 1위가 공부하란 소리란다. 부모들의 입장에선 학생에겐 공부가 최우선이란 생각에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인데 아이들은 가장 듣기 싫다한다.

왜 일까? 그것 또한 너무도 당연할 것 같다. 한창 뛰어놀고 싶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싶은 아이들에겐 공부가 힘든 스트레스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해보고 싶은 관점이 있다. 혹시 부모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부모는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하라고 하는 말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원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 책은 접하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도서관은 공부방이고 교과서 외에 책은 한두 권의 참고서가 전부였다. 그래서 그리 책읽기에 교육과 자극을 받아본 적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의 만화책을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돌려보는 재미, 껌 한 통에 들어있는 껌 한 개 분량의 앙증맞은 만화책(?), 가끔 독서경시대회 출전을 위한 위인전기 한두 권을 외울 정도로 읽은 정도가 학창시절의 독서였다. 학력고사가 끝나고부터 대학 신입생 때 난생 처음 참으로 많은 책을 봤던 것 같다. 아마도 내 인생에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시기였다. 졸업과 취직 그리고 결혼, 그러면서 책은 도서관에 근무하는 내 인생에서 가깝고도 먼 업무가 되어 버렸다.

그런 나에게 독서에 대한 충격적 경험이 한번 있었다. 너무도 책을 읽지 않는 나에게 아이들을 봐서라도 책 좀 읽으라는 애들 엄마의 잔소리에 못이기는 척 신문을 몇 일 본 적이 있었다. 어느 순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이들의 말. 나도 책 읽어야지! 아이 셋이 뭐가 신났는지 엎드려 신문을 보고 있던 내 뒤 소파에 묻혀서 책을 보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아이들의 독서는 부모의 독서에서 시작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성인의 1년 독서량이 2012년 기준 9.2권이라고 한다.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작년에는 도서구입비가 전년보다 줄었다고 뉴스에 나오고 있다. 반면 학생들의 독서량은 2011년 대비 무려 8권이나 늘어 2012년에는 32.3권이란다. 주 5일제와 독서동아리 활성화 등의 영향이라고 문체부는 분석하고 있다. 학생들의 독서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도 나에겐 왠지 수긍되지 않는 무엇이 남는 것은 왜일까. 어른들은 갈수록 책 읽기를 멀리하는데 아이들에게는 독서를 너무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독서의 중요성을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책읽기를 정말로 좋아하게 만들 것인가’ 이다. 그 답은 바로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가능만 하다면 정말 가능만 하다면 간절히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일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많은 대형 재난과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 사고는 정말로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선생님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 같지 않고 규칙도 잘 지키지 않고 반항만 하던 아이들로만 알았는데 정작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죽음이 목전에 다다른 순간까지 너무도 또 너무도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실이 안전하니까 자리를 지켜라!
반면 그 순간 항상 바른 이야기만 하던 어른들은 내 살길 찾기 바빠서 직분까지도 던져 버리고 아이들의 신뢰에 찬 눈망울을 차버리고 도망쳤다. 물론 일부 선원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내겐 왜 나의 모습인 것처럼 생각될까. 왜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까. 어느 대학생 자원봉사자의 말처럼 우리 어른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면서 자신은 실천도 안하면서 정작 아이들에게는 성인군자 같은 말들을 너무도 많이 해 온 것은 아닐까. 먹고 살기 위해서, 적응해야 살아남고 성공하니까, 남들도 다하니까, 남이 안보니까, 사회란 원래 이런 것이니까...... 이리 변명하면서.

지금부터 우리는 정말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변하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통제에 잘 따르면 살 수 있다고 했잖아요’ 하면서 원망했을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으로 말하고 실천으로 교육하라’ 라고 말하고 싶다. 공부하라 하지 말고 먼저 공부하고, 규칙을 지키라 하기 전에 교통질서부터 잘 지키고, 책 읽으라 하기 전에 나부터 책을 읽자.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독서교육의 시작이고 조금 시간이 흐르면 ‘애들아 우리 같이 책 읽을까’하면 더 좋은 교육이고.


담양공공도서관 김 형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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